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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치기 형제들의 일본 배낭 여행기 (일곱째 날)

■ 기상 후 뜬금없이 내리는 비.. ( 7/29 7:00 )


 아침밥 먹으러 가는 길이 이리 힘들어서야.. 오늘은 7시 정도에 기상을 했다. 일어나 보니 우리의 잠자리로 야구를 하러 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빠릿하게 준비를 마치고 아침 식사 장소인 패미리 마트로 향했다. 그런데 출발을 하자 마자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정말 무섭게 쏟아졌다. 가뜩이나 길도 잘못들어서 한참을 헤맸다. 


 어쩔 수 없어서 우비를 쓰기로 했다. 정말 당황스러웠다. 사실 우비라는 게 비를 막으려고 쓰는 것이 아니다. 가방이나 중요한 것들이 젖지 않게 최악의 상황을 막으려는 것 뿐이지 몸은 흥건히 젖는다. 우리는 그 몸으로 눈치를 슬금슬금 보면서 편의점에 자리를 잡았다. 한 시간 정도를 있었던 것 같다. 이 모든 것은 자리가 계산대 시야 밖에 있었기에 가능했다. 



 늘 우리가 가졌던 아쉬움은 한번에 충전이 가능한 수량이 4개라 아쉬운 점이 있었다. 우리는 각자 10000mAh 보조배터리를 두 개씩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큰 맘을 먹고 충전기를 더 사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을 냈다. 하루라도 빨리 사서 이득을 보자는 의견이 많아서 편의점에서 멀티 케이블인 충전기를 하나 샀다. 만 이천원.. 눈물을 머금고 샀다. 이제 우리는 한번에 6개씩 충전이 가능했다! 





■ 출발과 함께 그친 비 ( 10:00 )

 출발 하려니 귀신같이 비가 그치네..  우리의 1차 목표는 계곡이었다. 스와 시를 목표로 가는 데 중간에 볼만한 계곡이 있다하여 들렸다 가기로 했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는데 막상 계곡에 들어가려다 보니 계곡의 입구가 보이지가 않았다. 그래서 멈춘 김에 세븐일레븐에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다. 우연히 맛있는 도시락 발견.


 이제는 무조건 달리는 일만 남았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다시오기 시작했다. 우리는 느꼈다. 이건 쉽게 지나갈 비가 아니란 걸. 우리는 묵묵히 우비를 꺼내 들었다. 비가 정말 매섭게 왔다. 그럴 수록 우리는 말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서로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험한 말도 오갔다. 사실 좀 생각하기 싫은 순간이었다.



 어찌어찌 해서 중간에 온천에 들렀다. 온갖 고민이 들었다. 뜨거운 물에 몸 담구고 싶은 욕구가 막 올라왔다.. 하지만 우리는 쉽게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왜냐면 비는 계속 오고 있었고 남은 거리는 말도 못했다. 절제가 필요했다. 다시 출발 하려고 보니 물이 마시고 싶었다. 시원한 물! 

 지금 생각해도 웃긴데 그 순간 민수가 온천 옆 식당에 들어가더니 물병을 가리키며 '미즈, 미즈 !!'를 계속 반복했다. 아주머니도 못 알아 듣다. '아' 하시더니 그 귀하다던 얼음물을 담아 오셨다. 너무 감사했다. 소소했지만 우리는 다시 마음을 잡고 출발을 했다. 



■ 비와 함께한 산행 진정한 시작.. ( 14:00 )

 비와 함께 하는 산행은 나쁘진 않다. 얼마 안가서 산길이 등장했다. 우리 여행의 3번의 산행중 2번째 였다. 생각보다 힘들진 않았다. 최소한 덥지는 않아서 힘듬이 배가 되진 않았다. 아니다. 힘들었다. 이번엔 진짜 끝이 없었다. 글로 표현하기가 정말 힘들지만 정말 끝이 나지 않았다. 인내의 시간이 있고 나서 우리는 정상으로 보이는 곳에 다다랐다. 해발 1210m.. 우리는 뭘한 건가. 


 톨게이트 처럼 보였는 데 갑자기 불안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톨게이트..? 자전거가 톨게이트를 지나간다고? 일본을 그런가보다 하면서 자기 합리화를 하며 지도를 봤는 데 가능은 하지만 유료 도로 라고 나와 있었다. 돈이 중요하지 우리가 더 중요하진 않다.


 지도를 보니 왔던 길을 5km 정도 내려가면 좀 많이 돌아가는 길이 나있었다. 어쩌겠나, 가야지. 우리는 모험을 즐기는 사람들이니 기꺼이 가기로 했다. 내리막길은 수월했다. 금방 도착하여 그 의문의 오르막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역시 무료도로 일 만했다. 길은 비포장 도로에 말도 안되는 경사를 가지고 있었다. 더군 다나 1차선 찻길이라서 신경써야 할 필요가 있었다.

 심호흡을 하고 올랐다. 역시 잊을만 하던 성우의 바퀴가 한번 더 터지며 우리를 반겼다. 익숙했다. 타이어를 낑낑 대며 빼고, 튜브를 꺼낸다. 펌프를 꺼내어 넣고 튜브를 한바퀴 천천히 돌리며 바람 소리에 집중한다. 허나, 바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최대한 바람을 넣고 다시 출발을 하기 시작했다. 바람이 빠지는 모습이 보였지만 어쩔 수 없지만 계속 가기로 했다. 

눈치를 채셨겠지만 너무 힘들어서 사진 찍을 생각을 못했습니다 ..


■ 비와 함께한 산행 진정한 시작.. ( 16:00 )

 정말 길었다. 굳이 글자로 표현하자면 즈..어..엉..마..ㄹ..로 길었다. 게다가 도로도 포장 도로가 아니었다. 미친 경사와 오프로드 그자체. 이짓 저짓 하면서 갔다. 노동요도 불러보고 안하던 셀카로 자신과 이야기도 해보고 정말 .. 극한 그자체였다. 하지만 왠지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무의미 그자체.
 


 약수터가 보였다. 산 위라서 그런지 안개가 쫙 깔려 있는 모습이 꽤 장관이었다. 이런 곳에서 의식이 빠질 순 없지.


 물을 한 번 먹어보았다. 근데 왠 걸, 정말 간만에 맛보는 얼음장 같은 물과 동반한 우리의 고생이 물 맛으로 보상이 되는 것 같았다. 물이 맛있었다.. 정말로..


 물 맛에 빠져있던 와중, 빨간 마티즈 처럼 생긴 차가 다가왔다. 우리 앞에 서더니 할아버지, 아주머니가 내리셨다.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하시고는 트렁크를 열었는데 거대한 물 통 열 댓개가 눈에 띄었다. 

 그러더니 머쓱한 표정으로 우리를 보시며 "여기 물이 건강에 그렇게 좋아요 ..! " 라면서 따봉을 날려주셨다. 역시, 우리만 그렇게 느낀게 아니었다.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 그 김에 내리막길이 언제 시작되는지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희망과 같은 한마디, "저어기..만 가면 터널이 나올건데 거기서 부턴 내리막이야" 라는 엄청난 대사를 날려주시고는 갈길을 떠나셨다.


 우리의 사기는.. 200% 충전이 되었다. 그렇게 후미에서 묵묵히 뒤를 봐주던 성우가 처음으로 앞장을 서서 힘차게 가는 모습을 보았으니 말이다. 근데 몇 분이 지나고.. 그 분들이 원망 스러웠다. '그래.. 차랑 자전거는 다르지..' 왜 그걸 몰랐을까. 그분들이 가리키던 그 손가락의 아래쪽 깊숙히 '한 시간' 이라는 의미가 숨어서 웃고 있었던 것을 그제서야 알았다. 

 터널이 보였다.. 트럭이 가끔 지나가는 듯 했다. 터널에도 신호 체계가 있는 것 같았다. 일차선으로 보였는데 신호등이 있어서 양쪽이 번갈아가면서 지나 가는 것처럼 보였다. 신기 하군. 우리도 신호를 잘 지켜 내리막길을 맞이했다.

 
■ 내리막길은 사랑.. 목적지로의 순간이동 ( 18:00 )

 쾌감의 극치였다. 정말 갚진 경험을 했다. 아마 인생에 다신 없을 만큼 갚진. 최고 시속 70km가 나왔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트럭을 뒤에 끼고 달렸다. (물론 위험해서 그랬겠지만 말이다) 그 정도로 빨랐다. 정말 쾌감이 느껴질 정도로 짜맀한 라이딩 이었다. 만약 내가 이 글의 독자라면 정말 부러웠을 정도로 말이다.

 20분도 안 걸렸던 것 같다. 거리로는 12km 정도. 우리는 스와 시에 도착을 했다. 7시 정도에 도착을 해서 꽤 큰 신사에 들러 사진을 찍었다. 지금와서 보니 여행 중 가장 컸던 신사가 아니었나 싶다. 



 주변에 호텔이 많아서 그래도 가격만 한번 알아보자는 생각으로 가보기로 했다. 처음 들어간 호텔은 방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나가려고 하는데 주인이 잠깐만 기다려보라며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알고보니 다른 숙소에 전화를 돌려서 방이 있는지 하나하나 알아봐 주셨던 것이었다. 그 친절에 정말 놀랐다.. 

 그런데 아쉽게도 가격이 너무 셌다. 평균 7만원 정도.. 엄두가 나질 않아서 할 수없이 감사 인사를 하고 나왔다. 일단 오늘은 비를 많이 맞아서 목욕탕에 가기로 했다. 가격은 한 3000원 정도 이곳은 수건을 직접 사는 곳이라서 수건을 하나씩 사서 탕에 들어갔다. 역시 목욕탕은 사기를 충전하기 좋은 곳이었다. 우리는 앞으로의 일정에 대한 건설적인 담화를 나누고는 개운하게 나왔다. 


 그 다음으로 코인 세탁방에 가기로 했다. 가서 옷 세탁을 하는데 야구부로 보이는 까까 머리 소년들이 몰려왔다. 야구부는 이런 곳에서 세탁을 하는 구나 하며 신기해했다. 그 후로 우리는 근사한 저녁 식사를 하러 구글 맵에 추천을 받아 라멘집으로 향했다.

 가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젊은 남자 셋이서 요리를 하는 것 처럼 보였는데 다들 파이팅이 넘쳤다. 보기 좋았다. 이곳은 꽤 신기한 라멘을 파는 것 같았다. 추천 메뉴 같아보이는 국물 없는 라멘을 시켰는 데 별로 좋은 선택을 아니었던 것 같다. 



■ 다 씼었는 데 비라니.. 이런 젠장 ( 21:00 )

 가게에서 나오자 마자 비가 쏟아졌다. 참 어이가 없어서.. 전혀 그칠 것 같아 보이지가 않아서 예정에 없던 가까운 취침 장소를 찾아봤다.


 원래 계획은 스와 호수 ('너의 이름은' 영화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한다) 가 한눈에 보이는 고도 높은 공원에서 자기로 했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우리는 호수 바로 옆 공원에 자리를 잡았다. 다행이 정자 같은 아늑한 공간이 있어서 오면서 젖었던 옷들을 벤치위에 말리고 기절을 해버렸다..


 정말 힘들었던 하루였다. 즈..어..엉..마..ㄹ..로.. 그래서 인지 이번엔 사진이 얼마 없네요.



* 포스팅은 계속 됩니다! 궁금한 점 있으시면 언제든지 물어봐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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